본문 바로가기
술이술술

폭망했던 일본 위스키가 갑자기 떡상한 놀라운 이유는?

by Jayden1983 2024. 5. 15.

세계 5대 위스키 생산지 어딘지 다들 잘 아시나요? 일단 위스키 세상의 최강자 스카치를 만드는 스코틀랜드가 있고요. 위스키의 원조이자 종주국을 자부하는 아일랜드도 있죠. 여기에 버번 하면 딱 떠오르는 미국을 빼놓을 수가 없고요, 크라운 로열이나 캐나디언 클럽으로 유명한 캐나다도 있는데요. 이렇게 역사와 전통이 깊은 스코틀랜드, 아일랜드, 미국, 캐나다와 더불어서 5대 생산지 중 한 곳이 바로 일본입니다. 물론 일본은 5대 위스키 생산지 가운데 역사가 가장 짧다고는 하는데, 뭐 짧다고 해도 벌써 100년이나 됐잖아요. 일본 최초의 위스키 증류소 야마자키가 첫 삽을 뜬 게 1923년이니까요. 지금 일본 위스키 인기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입니다. 세계 곳곳에서 수요가 급증하면서 말 그대로 없어서 더 못 판다는 말까지 나오는데요. 이러다 보니까 얼마 전 로이터 통신 기사를 보니까요. 일본 위스키 증류소가 10년 전에 비해 두 배나 늘어나서 지금은 100개를 훨씬 넘었다고 하는데요. 증류소 숫자로만 보면 스코틀랜드를 거의 따라잡고 있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요즘 일본 위스키에 관심 있는 분들 정말 많으시죠. 주요 유통 채널에서 위스키 매출 1위를 기록한 산토리 가쿠빈을 비롯해서 야마자키, 하쿠슈, 히비키의 인기도 대단한데요. 그래서 이번에는 이렇게 관심 많은 일본 위스키에 대한 궁금증을 풀어보는 시간을 가져보려 합니다. 일본 위스키의 특징은 무엇이고 어쩌다 이렇게까지 인기를 끌고 있는 건지 살펴보면서. 일본 위스키를 고를 때 반드시 알아야 할 필수 정보까지 전해드리려고 합니다.

일본 위스키 최근 한 10년 동안 드라마틱하게 성장을 한 거 같더라고요. 지금 일본에서 가장 많이 수출되는 술이 뭐라고 생각하세요? 일본 하면 사케. 보통 사회라고 생각하기 쉽죠. 그런데 이게 위스키입니다. 2020년부터 위스키가 사케를 역전하기 시작했는데 위스키가 사케보다 한 1천억 원 정도 훨씬 많이 수출되고 있어요. 수출액을 기준으로 하면 일본을 대표하는 술은 위스키인거죠. 더 놀라운 건 뭐냐면, 일본에서 가장 많이 수출되고 있는 농림축산식품 다 합쳐서 1위가 뭔지 아세요? 1위가 가리비입니다. 그리고 2위가 바로 위스키입니다. 일본 위스키 수출액이 우리나라 전체 주류 수출액보다 많은데요. 2022년 기준으로 하면 우리나라 전체 주류 다 합쳤을 때 한 4천억 원 정도 되거든요. 근데 일본이 위스키만 가지고 5천억 원 정도인데요. 일본 위스키가 이렇게 세계 시장에서 빵 떠버린 게 사실은 그렇게 오래되지 않았단 말이에요. 어떻게 하다가 여기까지 온 걸까요?

 

일단 일본 위스키는 스카치 위스키를 모방하면서 시작되었거든요. 80년대 중반까지 정점을 찍었습니다. 1980년대 중반 이후 들어서면서 엄청난 경쟁자가 생겨요. 그게 바로 이자카야 체인점이 생기면서 위스키 말고 소주를 한번 팔아보자. 소주를 그냥 파는 게 아니라 하이볼 한번 따라서 해볼까? 츄하이라는 걸 만들어요. 마시기 편하게 또 위스키보다 훨씬 싸게 팔다 보니까 점점 위스키 소비량이 점점 줄어들게 되는데요. 여기다 기름을 부은 게 영국이나 이런 나라들이 일본 주세가 스코틀랜드 위스키에 좀 불리하게 되어 있다. 이걸 개정해라 하니까 일본에서 1989년에 스코틀랜드 위스키든 일본에서 만든 위스키든 주세를 똑같이 만들어 버려요. 그리고 종가세 아니라 종량세로 바꿔버립니다. 일본에서 위스키를 만들던 회사들이 뭐 살아남을 수 없게 된 겁니다. 20년 이상 흘러 가지고 침체기를 겪었습니다. 호황기에 비해서 불황기에 소비량이 20% 줄었거든요. 2010년대 좀 들어서 위스키가 확 뜨기 시작했는데 이때 잘 생각해 보세요. 마스터 블랜더들이 한 20, 30년 동안 위스키 안 팔리던 게 아주 많아요. 불황 시기에 쌓아 놓고 숙성고에 넣어 놓은 위스키가 굉장히 많았던 거죠. 그만큼 재고가 많다 보니까 이런 것들을 한번 원 없이 넣어서 만들고 싶은 최고의 위스키를 만들어보자. 그 위스키를 써서 만들다 보니까 세계적인 주류 품평회에서 아주 높은 상을 받고, 사람들이 뭐 요즘 야마자키 12년이랑 옛날 야마자키 12년이랑 맛이 다르다 하는 것도, 분명히 그런 이유가 있을 거라고 봅니다. 그때 야마자키 12년은 훨씬 고숙성도 많이 들어간거죠. 어떻게 보면 일본 위스키의 쇠퇴, 쇠퇴기가 지금 일본 위스키의 부흥기를 가져오지 않았나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요즘에 크래프트 증류소들이 일본에 엄청나게 생겨나고 있거든요. 오키나와에서 훗카이도까지 증류소가 다 있거든요, 규모가 작다 보니까 여러 가지 실험을 하기 좋은 거예요. 어떤 회사는 소주를 숙성했던 캐스크에다 위스키를 숙성하거나 또 어떤 회사는 증류기를 구리가 아니라 청동으로 만들어요. 대기업 위스키 회사 같은 경우는 그런 불황기 속에서 오히려 부흥을 이끌어냈고 다시 잘 팔기 시작하면서 엄청나게 많은 크래프트 증류소들이 생기면서 다양한 실험을 하면서 일본 유스키 지금 혁신을 좀 불러오고 있습니다.

일본 위스키만의 개성과 특징 여러 가지 있겠지만 예를 들면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코르크를 쓰는 경우를 많이 보셨나요? 코르크 잘 안 쓰죠. 우리는 뽕따 생각하는데 야마자키는 뽕따를 할 수가 없어요. 물론 코르크를 쓰기도 하지만, 대부분 스크류 캡을 많이 쓴다 말이에요. 코르크를 쓰면 아무래도 좀 불량이 발생할 수 있고, 잘 만든 위스키에 약간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에 코르크와 닿으면 사실 맛에는 좋지 않을 수 있다는거죠. 코르크를 쓰는 이유는 전통인거죠. 제품의 어떻게 보면 완성도를 아주 조금의 영향을 미치는 것까지 다 신경을 써서 만든다는 거죠. 그런 것들이 어떻게 보면 일본 위스키 특징 중 하나라고 생각을 합니다.

일본 위스키의 개성, 특징을 얘기할 때 우리가 절대 빼놓을 수 없는 거 하나 있잖아요? 미즈 나라. 미즈나라가 일본 위스키 하면 요즘 큰 아이덴티티가 되어버렸는데요, 2차 세계대전 때 일본이 미국과 유럽하고 적국이 되다보니까 미국이나 유럽에서 오크통을 수입할 수 없는 거예요. 그러다 보니까 일본에서 오크통을 자체적으로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하게 되는거죠, 일본 국내에서 어떤 걸 오크통으로 만들 수 있을까하고 연구를 시작합니다. 그래서 찾아낸 게 이제 미즈나라였어요. 말 그대로 미즈라게 물이라는 뜻이죠, 수분을 굉장히 많이 가지고 있는 나무. 원래 오크 통을 만들려면 건조를 해야 되는데, 보통 아메리칸 오크가 한 2년 정도, 아메리칸 오크는 1년 반에서 2년 하면 아주 충분히 한 거예요. 미즈나라 오크는 최소 3, 정말 좋은 미즈나라 오크를 만들려면, 5년 정도는 필요하죠. 단가가 그러면 엄청나게 올라가는 거죠. 미즈나라가 삐뚤빼뚤 자라는 성질이 있어요. 오크통을 만들어도 물이 잘 새요. 일본에 미즈나라 오크통 숙성 중인 걸 가보면 전부 다 그 위스키 샌 자국들이 있거든요. 그렇게 단점이 많은데도 미즈나라를 쓰는 이유가 있죠. 사실 미즈나라 오크를 쓰면 약간 침향이라고 할까요. 특유의 향이 담겨 있거든요. 감칠맛 난다고도 할 수 있고, 약간 동양적인 느낌의 향을 주기 때문이죠. 만들기도 쉽지 않아 만들고 나면 물도 잘 새는 단점투성이지만 딱 하나, 미즈나라에 집어넣었을 때 나오는 결과물이 특이한 맛. 그것 때문인거죠. 또 한 가지도 재밌는 걸 알려드리면 증류소를 다니다 보니까 벚꽃, 사쿠라 있잖아요. 벚꽃나무 캐스크. 제품으로도 좀 나왔죠. 산토리에서도 한정판으로 사쿠라 캐스크를 사용한 위스키를 발매하긴 했는데 크래프트 증류소들도 가보니 거의 대부분이 사쿠라 캐스크를 사용을 하고 있더라고요. 실험을 계속하고 있는거죠. 사쿠라 캐스크가 이제 제 2의 미즈나라 캐스크가 될 것 같다고 생각을 합니다. 산토리 사쿠라 캐스크를 위스키를 마셔봤는데 이름 탓인지 모르겠지만 진짜 그 벚꽃 향이 느껴지거든요.

일본 위스키 얘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게 하나 있어요. 바로 하이볼이죠. 일본은 언제부터 이렇게 하이볼을 좋아했고 이것이 위스키 문화를 이렇게 이끌어 온 걸까요? 1950년대부터 하이볼 문화가 시작됐다고 보시면 되는데 많이 마시게 하려면 도수를 좀 낮춰야 되잖아요. 그리고 탄산도 좀 있으면 마시기 편하고요, 산토리, 니카가 경쟁적으로 산토리는 토리스바, 니카는 니카바, 이게 전국적으로 퍼집니다. 거의 체인처럼요. 그렇게 하다 보니까 하이볼이 이제 붐이 됐고, 그 이후에는 위스키가 좀 쇠퇴를 많이 했는데 2008년 들어서 산토리가 다시 한번 하이볼 붐을 일으키려고 했어요. 전에 말씀드렸듯이 1980년대에 소주가 붐이 있었잖아요. 근데 소주 사케 마시던 세대가 한 20여 년 정도 지나니까 사람들이 생각하기에 이 약간 소주나 사케 마시는 사람들은 나이 든 분들의 술이 되어버린 거죠. 그러다 보니까 하이볼로 다시 새롭게 공략을 한 거죠. 하이볼 광고를 여자 배우들이 계속해왔거든요. 지금 3대째 배우가 이가와 하루카씨라고 이 분이 그 하이볼을 만드는 거랑 마시는 장면이 정말 매력적이어서 그것도 한몫했다고 생각합니다. ‘일단 맥주였는데, ‘일단 하이볼로 이렇게 바뀐거죠.

이렇게 하이볼 얘기가 나왔으니까 가쿠빈 얘기를 또 빼놓을 수 없잖아요. 일본에도 치맥 문화가 있더라고요. 하이카라 하는데요. 이게 하이볼과 카라아게입니다. 맥주가 하이볼로 바뀌었을 뿐이죠. 산토리가 그 캠페인을 처음 시작한 건 2013, 14년 경이었습니다. 2002년도 월드컵때 치맥이라는 용어가 거의 시작된거 같은데요. 치맥이라는 게 한국에서 시작되면서 여러 가지 행사도 열리고 그 정도로 인기를 끌다 보니까 산토리의 치맥을 보고 ', 우리도 똑같이 한번 하이카라 한번 캠페인을 가 볼까?' 이런 생각에 하이카라가 나오지 않았나 추정을 해 봅니다.

가쿠빈은 탄생 역사도 좀 재밌어요. 가쿠빈이 1937년에 만들어졌는데요. 산토리가 맨 처음에 야마자키 증류소를 만들고 나서 엄청난 침체기였어요. ‘시로후다내놨다가 한번 폭망을 했죠, 아무도 안 먹었죠. 가쿠빈을 내놓고 그게 다시 부활의 신호탄을 쏘아 올린 위스키이거든요. 당시에 가쿠빈이라는 건 사실 요즘 우리가 마시는 가쿠빈이랑가 완전 다른 제품이예요. 주정이나 이런 걸 섞어서 만든 모방 양주 비슷한 제품이었거든요. 일본에서 히트를 치면서 굉장히 인기를 얻었어요. 근데 사실 라벨 어디에도 카쿠빈이라는 이름이 없었습니다. 산토리 위스키죠. 가고시마에 사쓰마 기리코라는 유리공예가 있는데, 그게 약간 거북이 등껍질 같은 모양의 유리공예에요. 거기에서 따와서 그 병 모양을 만들었는데 사람들이 그걸 보고 '각진 병이라고 하다 보니까 가쿠빈이라는 일본어를 사용하게 됐고 산토리에서서도 '이게 더 부르기 쉬운데?’ 하면서 정식 제품명으로 사용하게 됐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