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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이술술

달모어 상징이 사슴뿔인 이유는?

by Jayden1983 2024. 4. 26.

세상에서 가장 비싼 위스키가 뭔지 아시나요? 40병만 생산된 그 유명한 맥캘란 1926 빈티지인데, 2019년 소더비 경매에서 나온 1452천 파운드, 우리 돈으로 약 23억 원이 최고가 기록이었는데 바로 몇 달 전에 이 기록이 바뀌었죠? 202311월에 맥캘란란 1926 빈티지 한 병이 다시 소더비에 등장해서 우리 돈으로 약 35억 원에 낙찰된 건데, 워낙 놀라운 가격이라서 전 세계 언론이 대서 특필 했어요.

그러면 지금 20~30억을 호가하는 맥캘란 1926 빈티지, 이거 원래는 얼마였을까요? 출시 이듬해인 1987년에 딱 5천 파운드, 800만 원에 팔렸는데 너무 헐값이다 싶으시죠. 하지만 이게 그 당시에만 해도 가장 비싼 증류주 기네스 기록이었어요. 그러니까 지금이야 희귀 싱글몰트가 수억원 혹은 수십억 원에도 거래되는 걸 보게 되지만 옛날에는 정말 상상도 못했다는 건데요. 그런데 홀리 싱글몰트 가치가 지금처럼 높지 않았던 2000년대 초반에 세상에 나오자마자 곧바로 맥켈란 1926을 누르고 당시 이 지구상에서 제일 비싼 위스키에 등극한 제품이 있었으니, 그게 뭐였을까요? 바로 달모어 62년이었는데요. 아마 달모어 62? 이거 어디서 들어본 거 같다고 하시는 분 있으시죠. 달모어 하면 딱 떠오르는 영화 '킹스맨'에 언급됐던 바로 그 위스키인데요. 그럼 '킹스맨'의 위스키 달모어 62는 대체 어떤 특별한 가치가 있는 걸까요? ‘킹스맨'에 이어 재벌집 막내 아들에도 등장해서 국내에서 인지도가 급상승한 사슴뿔 하면 생각나는, 일명 녹용 위스키, 달모어에 대해서 알아보려고 합니다.

 

만약에 50년 숙성 위스키가 있어요. 이거에다 10년 숙성한 위스키 딱 한 방울을 떨어뜨려서 병에 담았어요. 이를 제품으로 출시하면 숙성 연수 어떻게 적어야 될까요? 딱 한 방울이라도 10년 숙성이 들어갔다면 10년이라고 적어야 하는데요. 병에 담긴 것 중에 가장 어린 위스키의 나이를 숙성 연수로 적는 게 원칙이기 때문이죠. 이런 숙성 연수 원칙을 생각하면 달모어 62년은 숙성 기간이 최소한 62년은 넘었다는 얘긴데요. 사실은 62년보다 훨씬 더 오래된 초초초 고숙성 위스키가 들어갔어요. 그러니까 무려 120년 이상, 심지어 130년 이상 숙성한 위스키까지 넣어서 만들었던 건데요. 구체적으로 설명하면, 지난 2002, 12명만 출시된 달모어 6219세기였던 1868년부터 1878년에 스피릿을 뽑아내서 숙성에 들어간 위스키에다가 1926년과 1939년에 생산한 위스키를 섞어서 출시했어요. 물론 중에 가장 나이 어린 게 1939년 위스키라서 어쩔 수 없이 라벨 표기는 62년으도 했지만, 실질적으로는 훨씬 더 초고숙성 위스키였던 거예요. 이렇게 130년 넘은 위스키까지 넣어서 만든 달모어 62. 2002년 세상에 나오자마자 숱한 화제를 뿌렸는데, 첫 번째 병이 당시로선 초고가인 258백 파운드, 우리 돈 약 43백만 원에 팔려서 곧바로 세상에서 가장 비싼 위스키타이틀을 차지했고, 그 뒤로 5년 동안이나 기록이 깨지지 않았어요. 그러다가 2011년에는 싱가포르 공항 매장에 갑자기 한 병이 나타나서 25만 달러, 우리 돈 약 33천만 원에 팔렸고, 킹스맨 위스키로 알려진 이유인 2020년에는 소더비 경매에 등장해서 약 44천만 원에 낙찰돼 다시 화제가 됐습니다.

 

재벌집 막내아들드라마 보신 분 많으시죠? 여기서 송중기 씨가 바에서 위스키를 마시는데, 그게 바로 달모어 12년이었잖아요. 근데 이 드라마 장면을 자세히 보면 달모어의 스펠링 DL로 살짝 바꾼 걸 알 수 있어요. 그러니까 달모어가 아니라 랄모어가 돼 버린 건데요, 근데 이렇게 철자를 바꿔도 번쩍번쩍 박힌 사슴 로고만으로도 누구나 달모어라는 걸 금방 알 수 있었어요그렇다면 달모어는 왜 이렇게 커다란 뿔이 달린 사슴을 상징으로 삼은 걸까요? 뿔 달린 사슴 하면 생각나는 위스키 하나 있죠? 바로 글렌피딕인데요. 글렌피딕은 왜 사슴일까요? 이름에서 글렌피딕이 사슴 계곡이라는 뜻인데요. 근데 글렌피딕 말고도 사슴 로고를 쓰는 브랜드가 꽤 있어요. 버팔로 트레이스의 명품 버번인 조디 티 스택이나 독일 리큐어인 예거 마이스터도 그렇죠. 하지만 달모어에서 뿔 달린 사슴을 상징으로 쓰게 된데는 좀 더 특별한 역사적인 사연이 있어요. 이 이야기는 지금으로부터 거의 800년 전인 1263년 거슬러 올라가는데요. 당시 스코틀랜드 왕이었던 알렉산더 3세가 숲에서 사냥을 하고 있었는데, 이때 커다란 뿔이 달린 사슴 한 마리가 나타나서 갑자기 돌진을 하는 바람에 왕이 위기에 처했다고 해요. 근데 절체 절명의 순간 스코틀랜드 맥킨지 가문 지도자였던 콜린 피츠제럴드라는 분이 용감하게 나서서 사슴을 물리쳤는데, 이에 감복한 알렉산더 3세가 12개의 뿔이 달린 사슴, 로얄 스태그를 맥킨지 가문의 상징으로 하사했다고 해요. 그런데 세월이 흐르고 또 흘러서, 1867년에 이 맥킨지 가문의 후손인 앤드류 맥킨지와 형제들이 달모어 증류소를 운영하게 되면서 자기 가문의 휘장인 뿔 달린 사슴을 상징으로 내세우게 된 겁니다.

 

이런 영상을 보신 적이 있으신가요? 스카치 업계 최고 셀럽인 마스터 블렌더 리차드 패터슨이 싱글몰트 테이스팅 법을 알려주는 2010년 영상인데요. 먼저 잔에 위스키를 조금 따른 다음에 바닥에 그냥 버려버리죠. 이래야 잔에 남아있던 잡스러운 향이 사라진다면서요. 또 싱글몰트는 절대 온더락으로 먹지 말라면서 위스키와 얼음을 함께 바닥에 던져 버리기도 하는데요. 이게 유튜브에도 퍼졌지만 특히 틱톡에서는 조회수 2500만에 좋아요가 260만 개나 달릴 만큼 화제가 됐어요. 이 영상에서 알 수 있듯이 리차드 패터슨은 좀 요란하게 테이스팅하는 걸로 유명한데, 위스키를 입에 넣고 막 10초 이상 구석구석 돌리는가 하면 가끔은 음음이런 희한한 소리까지 내기도 하는데요. 너무 호들갑 떠는 거 아니냐 하실 수도 있겠지만, 리차드 패터슨이 어떤 분인지 안다면 절대 그런 딴지 걸지 못하죠. 왜냐하면 이분은 별명부터 ’Mr. Nose’ 혹은 ‘The Nose’인데요. 향 한번 맡으면 풍미를 다 구별해내는 절대 후각을 지닌 분인데요. 바로 이런 장인이 만드는 위스키가 바로 달모어예요. 사실 달모어의 영웅이자 스카치의 전설, 리차드 패터슨 얘기를 하려면 책 한 권을 써도 모자랄 텐데요. 혹시 그거 아시나요? 절대 후각 리차드 패터슨이 위스키 입문한 게 불과 8살 때였다는 건데요, 아니 여덟 살이면 술도 못 마실 나이인데 말이 돼? 하실 테지만 다 이유가 있어요. 리차드 패터슨의 할아버지, 아버지 모두 위스키 거래상이었는데, 위스키 블렌딩도 직접 했다고 해요. 그래서 리차드 패터슨의 아버지는 아들이 8살이 되자마자 숙성고에서 딱 데리고 가서 위스키 향 맞는 법부터 가르쳤다고 하는데요. 이렇게 위스키 조기 교육을 받으며 자란 후각 천재 리차드 패터슨은 16살이 된 1966년에 위스키 회사의 사무 보존원인 오피스 보이로 들어갔고요. 그 이후에는 캠벨타운 글렌 스코시아 증류소에서 견습생으로 일하면서 제조 실무를 배운 뒤, 1970914일에 드디어 달모어를 갖고 있던 화이트 앤 맥케이에 입사하게 되는데, 워낙 후각이 뛰어나서 불과 5년 만에 마스터 블렌더 자리에 올랐다고 해요. 그리고 그 이후 지금까지 무려 54년째 화이트 앤 맥케이에서 일하면서 달모어를 비롯해 주라, 탐나불린 같은 여러 브랜드의 위스키를 만들어 왔는데요. 스카치 발전에 기여한 공로가 워낙 크기 때문에 리차드 패터슨 역시 발베니의 데이빗 스튜어트, 글랜 그란트의 데니스 말콤, 조니워커의 짐 베버리지처럼 대영제국 훈장을 받았습니다.

 

달모어 위스키를 전문가들은 맛이 풍부하고 복합적이다라고 평가를 하는데요. 여기엔 여러 요인이 있겠지만, 복잡한 증류 방식도 빼놓을 수 없어요달모어 증류소 1차 증류기, 워시 스틸을 보면 증류기 목이 희한합니다. 일반적인 구리 단식 증류기는 목 끝부분이 부드러운 유선형이라서 흔희 백조의 목, Swan’s Neck이라고 부르는데요. 그런데 달모어 1차 증류기에는 이런 백조의 목이 없고, 천장이 평평하게 되어 있어요. 그래서 이런 증규리를 플랫 탑이라고 부르는데, 이름 있는 증류소 중에 이런 증류기 쓰는 곳이 달모어와 크래건모어 정도밖에 없어요. 암튼 이렇게 증류기 목 끝이 평평하게 되어 있으면 마치 자동차가 직각으로 꺾인 도로를 빠져나갈 때 한번 멈췄다가 핸들을 확 꺾어야 하는 것처럼 증류기에서 끌어오는 알코올 증기도 응축기 쪽으로 쉽게 넘어가지 못하고 천장에 부딪혀 떨어지면서 다시 증류가 되는데요. 이뿐만이 아닙니다. 달모어는 2차 증류기, 스피릿 스틸도 독특한데요. 증류기 목을 뭔가가 빙 둘러싸고 있는데요. 그게 바로 워터 자켓이라고 부르는 물통인데요. 냉각수가 담긴 물통이 증류기 목을 감싸면서, 역시 증류기 위쪽으로 향하던 알코올 증기가 차가워진 증류기 표면에 부딪혀 액체로 변해 떨어져서 다시 증류되는 거거든요. 암튼 달모어는 이런 독특한 증류기를 쓰기 때문에 보다 복합적인 풍미의 스피릿을 뽑아낸다고 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