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집에 코냑 있으면 싱글몰트하고 놓고서 비교 한번 해보세요. 일단 라벨부터 차이가 있죠. 대다수 싱글몰트는 12년이면 12, 15년이면 15, 이런 식으로 숙성 연수를 숫자로 적어 놓는데, 꼬냑은 극히 일부 제품 제외하고 숙성 표기를 VS, VSOP, XO 등 이렇게 글자로 적어 놓거든요.
그럼 꼬냑은 왜 숙성 표기를 왜 이렇게 하는 걸까요? 이걸 이해하려면 꼬냑의 독특한 나이 계산법부터 알아야 하는데요. 아까 꼬냑은 포도 수확이 끝난 뒤부터 이듬해 3월 31일까지만 증류한다고 했잖아요. 이런 이유로 모든 꼬냑(오드비)은 생일이 4월 1일로 똑같아요. 오드비(eau-de-vie)는 수확한 포도를 압착한 후 발효시켜 증류시킨 것을 말하구요. 그러면 이게 뭔 소리냐?
예를 한번 들어볼께요. 증류소에서 2023년 11월 1일에 증류를 해서 오크통에 집어 넣은 꼬냑 증류액이 있다고 쳐요. 스카치 증류소 같으면 오크통에 집어 넣은 2023년 11월 1일, 바로 이 날짜부터 숙성 연수를 계산하기 시작하겠죠? 그런데 꼬냑은 아니에요. 오크통에 넣은 2023년 11월 1일이 아니라 증류 시즌이 끝나는 다음 날인 이듬해 4월 1일, 즉 2024년 4월 1일부터 나이를 세기 시작해요. 결국 11월에 증류했든 12월에 했든 이듬해 1월, 2월, 3월에 했든 상관없이 해당 증류 시즌에 증류한 꼬냑 증류액은 생일(숙성연령 기준일)이 4월 1일로 모두 같고 나이도 당연히 같은 거예요. 그래서 이 숙성 연령 기준일로부터 1년이 지나면 1살, 즉 꽁트 1이 되고, 만 2년이 지나면 꽁트 2, 즉 2살이 되는데 바로 이때부터 숙성 등급도 매겨지고 꼬냑으로 판매가 가능해져요.
그럼 여기서 숙성 기간에 따른 등급 알아볼 텐데요, 딱 4가지만 기억하시면 돼요. 먼저, 최소 숙성 기간이 2년 이상이면 VS(Very Special), 4년 이상이면 VSOP(Very Superior/Special Old Pale), 6년 이상이면 Napoleon, 10년 이상이면 XO(Extra Old) 등급으로 적게 됩니다.
그리고 꼬냑 숙성 등급도 위스키와 마찬가지로 가장 나이 어린 걸 기준으로 하는데요. 예를 들어서, 10년 이상 숙성한 꼬냑에 2년 숙성 꼬냑 섞으면 XO 등급이 아니라 VS 등급이 되는 겁니다. 또 꼬냑이 싱글 몰트와 다른 점 하나만 더 얘기하자면 싱글 몰트는 12년 숙성이라고 되어 있으면 거의 적힌 그대로 12년 아주 살짝 넘은 거라고 보면 되거든요. 그러니까 맥켈란 12년에 20년, 30년 원액을 넣을 리가 없잖아요. 자 그런데 꼬냑은 달라요. 원래부터 다양한 숙성 연수 원액을 많게는 수백 개까지도 섞기 때문에 표기된 숙성 등급보다 훨씬 오래된 원액 넣는게 다반사에요. 예를 들어서, 주류 전문 사이트에 올라온 레미 마틴 XO 엑셀런스 제품 정보를 보면 등급 표기는 10년 이상인 XO라고 돼 있지만 실제로는 10년에서 37년에 달하는 원액 300가지를 섞어서 평균 숙성 연수가 25년에 달한다고 나와 있거든요. 그러니까 XO라는 등급 딱 하나만 보고 이건 10년 정도 숙성한거네라고 생각하시면 안 된다는 겁니다. 꼬냑과 스카치는 다르니까요.
떼루아(Terroir)가 뭔지 다들 아시나요? 사전 찾아보면 포도 생산하는데 영향을 주는 토양과 기후 따위의 조건을 통틀어 이르는 말이라고 돼 있는데, 특히 어떤 땅이냐를 뜻할 때가 많죠. 자 그런데 꼬냑 역시 포도로 만들기 때문에 떼루아를 유난히 강조합니다. 꼬냑 지방은 토양의 성질에 따라서 포도 재배 지역을 모두 6개로 나누는데요. 그랑 샹파뉴(Gramde Champagme), 쁘띠 썅파뉴(Petite Champagme), 보더리(Borderies), 팽 부와(Fims Bois), 봉 부와(Boms Bois), 부아 오르디네르(Bois Ordimaires) 이렇게 6개예요. 근데 이거를 또 다 외우려면 머리 아프잖아요. 그래서 이 중에서 샹파뉴라는 이름이 붙은 그랑 샹파뉴와 쁘띠 샹파뉴 이 두 개만 먼저 기억하시면 어떨까 싶은데요. 왜 이 두 곳을 기억하라고 하냐면, 아마 부모님 술장에서 본 꼬냑 가운데 라벨에 핀 상파뉴라고 적혀 있는 걸 보신 분이 많을 거라서 그래요. 특히 레미 마틴 제품 보면 이렇게 적혀 있는데요. 이 Fine Champagne라는 명칭을 보고 파인 샴페인이라고 영어식으로 해석을 해서, 아니 왜 꼬냑인데도 고급 샴페인이라고 붙어 있지?라고 의문을 갖기도 하거든요.
자 그런데 여기서 샴페인 즉 샹파뉴라는 말은 원래 석회질 많은 토양을 뜻해요. 그래서 스파클링 와인 샴페인 만드는 프랑스 북부 샹파뉴도 땅이 석회질이라서 이름이 샹파뉴가 된 거고요. 여기 말고도 프랑스 여러 곳은 물론이고, 심지어 스위스에도 샹파뉴라는 지명이 있거든요. 그래서 꼬냑 지방에 있는 포도 재배지 그랑 샹파뉴와 쁘띠 샹파뉴 역시 석회질 많은 땅을 의미하는 지명인 거고요. 이렇게 석회질이 많은 그랑 샹파뉴, 쁘띠 샹파뉴에서 수확한 포도로만 만든 꼬냑에는 특별하게 핀 샹파뉴라는 이름을 붙이는 겁니다.
꼬냑의 97%가 수출된다 하죠? 2022년 한해에만 해도 150여 개 나라에 2억 1250만 병이 수출됐다고 하는데요. 프랑스 수출 효자 상품인 꼬냑을 만드는 회사는 수백 개에 달하지만 그 중에서도 유명한 몇 곳이 있죠. 일단 세계시장 매출 1위이면서 특히 힙합 아티스트를 사랑하는 Hennessey(헤네시) 있고요, 루이 13세로 유명한 Rémy Martin(레미 마틴)을 비롯해서 나폴레옹의 꼬냑으로 불리는 Courvoisier(구르부아지에), 또 설립된지 300년이 훨씬 넘은 Martell(마르셀)과 아직까지도 가족 소유 독립기업으로 남아 있는 Camus(까뮤) 같은 그런 회사들인데, 기회가 되면 이런 주요 브랜드의 역사도 한 번 다뤄 보겠습니다.
'술이술술' 카테고리의 다른 글
한국 위스키 역사는 88올림픽이 바꿨다? 한국인은 언제부터 위스키를 마셨을까? -1 (0) | 2024.04.30 |
---|---|
달모어 상징이 사슴뿔인 이유는? (0) | 2024.04.26 |
위스키는 왜 반드시 오크통에서 숙성하는 걸까? - 2 (0) | 2024.04.22 |
위스키는 왜 반드시 오크통에서 숙성하는 걸까? - 1 (0) | 2024.04.21 |
꼬냑에 대한 궁금증 정리 - 1 (0) | 2024.04.1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