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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이술술

꼬냑에 대한 궁금증 정리 - 1

by Jayden1983 2024. 4. 19.

브랜디... 이 브랜디라는 단어도 원래는 불에 태운 와인. , Burnt wine이라는 뜻을 지닌 브란데베인(Brandewijn)이라는 네덜란드 말에서 유래했어요.

네덜란드가 풍차나 튤립 같은 걸로는 유명해도 브랜디로는 크게 알려진거 같진 않은데... 왜 브랜디라는 단어는 네덜란드 말에서 나온 걸까요?

16~17세기 유럽으로 가볼께요. 당시 포르투갈, 스페인에 이어 해상 무역 강자로 떠오른게 네덜란드였는데, 네덜란드 상인들이 재미를 톡톡히 봤던 아이템이 와인이었어요. 그러니까 프랑스 보르도 같은 곳에서 와인을 싣고 영국이나 북유럽에 가서 팔았던 건데요. 하지만 가끔은 이런 일도 벌어졌어요. 항해가 길어지면서 와인 맛이 변하거나 아예 상해서 버려야 했던건데요. 결국 네덜란드 상인들은 한 가지 아이디어를 떠올렸는데, 그게 뭐였냐면 와인을 끓여서 도수 높은 증류주로 만들어서 팔자는 거였어요. 왜냐? 그렇게 하면 항해가 아무리 길어져도 상할 일이 없을 뿐더러, 증류를 하게 되면 부피가 확 줄어들기 때문에 배에 선적할 때 공간도 덜 차지하고 심지어 용량에 따라 부과하는 주류 세금까지 적게 낼 수 있었기 때문인데요. 그럼 이 아이디어는 어떤 결과로 이어졌을까요? 와인을 끓여서 증류한 술이 영국을 비롯한 유럽 각지에서 엄청난 인기를 끌면서 대유행을 했고, 네덜란드 상인들도 큰 돈을 벌게 되는데요. 그러면서 '불에 태운 와인'이란 뜻에 네덜란드 말 '브란데베인에서 유래한 '브랜디'라는 단어도 탄생했습니다. 결국 와인을 중요한 술은 12세기부터 있었지만 이걸 대중화시킨 건 네덜란드 상인들이라는거예요.

세계 곳곳에서 스파클링 와인을 만들지만 샴페인이라고 스파클링 와인은 프랑스 북부에 있는 샹파뉴, 즉 샴페인 지방에서만 만들어요. 다시 말해서 샴페인이라는 술 이름 자체가 생산지 이름인건데요. 꼬냑도 마찬가지예요. 꼬냑은 원래 프랑스 남서부에 있는 지역 이름인데 여기서 만드는 브랜디가 워낙 유명하다 보니 꼬냔 지방에서 만드는 브랜디를 그냥 꼬냑이라고 부르는 거예요. 결국 꼬냑 지방이 아닌 다른 곳에서 만든 브랜디에는 절대로 꼬냑이라는 이름을 붙일 수 없는건데요. 그래서 모든 꼬냑은 브랜디이지만 모든 브랜디가 꼬냑인 것은 아니다라는 말도 해요. 세상에는 브랜디가 많고도 많지만, 그중에서도 오직 꼬냑 지방에서 만든 것만 꼬냑이라고 부를 수 있으니까요. 자 그렇다면 꼬냑은 어떻게 해서 브랜디의 재왕, 브랜디의 대명사가 될만큼 유명해진 걸까요?

브랜디라는 게 불에 태운 와인, 그러니까 와인을 증류한 술이라고 했잖아요. 자 그러면 브랜디 한 병을 얻으려면 와인을 몇 병 정도 증류해야 될까요? 20병 정도면 되지 않을까요? 보통 9병이라고 얘길 해요. 그러니까 브랜디 1L를 생산하려면 와인은 9L 정도 있어야 한다는 건데요. 이렇게나 와인이 많이 필요하기 때문에 당연히 포도가 잘 자라는 곳에서 브랜디를 만드는 게 훨씬 유리해요.

, 그럼 이 대목에서 앞서 얘기한 네덜란드 상인들 얘기로 다시 한번 돌아가 볼게요. 당시 유럽 전역에 브랜디를 퍼뜨린 네덜란드 상인들이 수출용 브랜디 생산 기지로 삼은 곳이 있었으니, 거기가 어디였냐? 바로 프랑스 꼬냑 지방이었어요. 아니 왜 네덜란드 사람들은 자기네 나라 놔두고 프랑스 꼬냑을 선택했을까 싶을 텐데요. 아시다시피, 네덜란드는 국토의 1/4이 해수면 아래에 있잖아요. 이런 데서는 포도 재배가 어렵다고 해요. 그래서 네덜란드 상인들은 포도가 잘 자라는 나라로 눈길을 돌렸는데, 그때 딱 눈에 들어온 게 프랑스 꼬냑 지방이었어요. 왜냐? 포도밭이 넓어서 와인 생산량이 많은 건 물론이고, 근처에 울창한 삼림이 있어서 증류기 돌릴 때 땔감으로 필요한 나무도 넉넉했구요, 샤랑트라는 이름의 강이 대서양 항구까지 쭉 이어져 있어서 운송까지 편리했던 거예요. 결국 네덜란드 상인들은 1624년에 꼬냑 지방에 브랜디 증류소를 세우고, 이곳에서 자란 포도로 브랜디를 만든 뒤에 배에 실어서 유럽 각지로 내다 팔았는데, 이게 워낙 큰 인기를 끌다 보니 꼬냑 지방에서 만든 브랜디, 즉 꼬냑의 명성이 점점 올라가면서 브랜디의 제왕으로 군림하게 된 겁니다.

 

꼬냑은 어떻게 만들까요위스키와 꼬냑의 차이점은 무엇일까요? 일단 원재료부터 다르죠. 위스키는 곡물로 만들고 꼬냑은 포도로 만드니까요. 이렇게 재료부터 다르다 보니 제조 방식도 크게 다른데요. 일례로 싱글몰트 증류소에서는 아무 때나 몰트 공장에 전화 한 통만 하면 바로 몰트를 보내주기 때문에 사시사철 증류를 할 수 있어요. 하지만 꼬냑은 다른데요. 그해 가을에 포도를 수확해야 그걸로 브랜디를 만들 수 있기 때문에 증류하는 기간, 증류 시즌이 딱 정해져 있어요. 대략 10월 중순까지 포도 수확을 마치면 그때부터 이듬해 331일까지만 증류를 하거든요. 4월부터 8월까지는 증류를 아예 하지 않아요. 왜냐? 이때는 포도가 한창 자라고 있을 때니까요.

이제부터 포도가 어떻게 해서 꼬냑으로 변하는지 그 과정을 설명해드릴께요. 먼저 꼬냑 만들 때 쓰는 포도는 대략 98%가 위니 블랑이라는 청포도 품종인데, 이게 산도가 높아서 이걸로 브랜디를 만들면 신선한 꽃향기도 나고 아주 좋다고 해요. 이 위니 블랑 포도는 이르면 9월 중순 쯤부터 수확이 가능한데, 예전에는 손으로 땄지만, 지금은 기계가 훑고 지나가기만 하면 포도송이가 자동으로 떨어져요이렇게 수확한 포도는 가볍게 압착을 해서 주스로 만든 뒤에 효모를 넣고 발효해 알코올 도수 8.5%에서 9%의 화이트 와인으로 만들고, 그런 다음에 증류에 들어가는데요. 이때 쓰는 증류기가 사랑테 증류기인데요. 유럽의 증류 기술을 전파한 아랍인들이 쓰던 증류기, 알렘빅 모양이고요. 직류기와 응축기 사이에 증류할 와인을 예열하는 커다란 열교환기가 있는 것이 특징인데요. 이런 증류기로 스카치처럼 1차와 2, 두 번에 걸쳐 증류를 하는데, 이렇게 증류해서 뽑아낸 증류액을 생명의 물이라는 뜻의 오드비라고 불러요. 그러니까 스카치 증류소에서 스피릿이라고 하는 걸 여기서는 오드비라고 부르는건데요. 오드비 뽑아낸 뒤에는 오크통에 집어 넣고 반드시 2년 이상 숙성을 시켜서 꼬냑으로 탄생시킵니다.